도박사의 오류 확률에 대한 잘못된 이해
룰렛 게임에서 5번 연속 '빨간색'이 나왔다면, 다음에는 '검은색'에 베팅해야 할까요? "이번엔 무조건 검은색이 나올 차례야"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미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는 함정에 빠진 것일 수 있습니다.
이는 확률을 잘못 이해하여 비합리적인 기대를 갖게 만드는 매우 흔한 인지 편향입니다. 이 오류는 카지노뿐만 아니라 주식 투자, 심지어 우리의 일상적인 판단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도박사의 오류란 무엇인가요
도박사의 오류는 "과거에 특정 결과가 자주 발생했다면, 미래에는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믿는 잘못된 심리를 말합니다. 혹은 그 반대로, 특정 결과가 계속 나왔으니 다음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 '뜨거운 손의 오류'도 이와 유사합니다.
이 모든 착각의 근원은 '독립 시행(Independent Events)'이라는 확률의 기본 개념을 무시하는 데 있습니다.
확률은 기억력이 없다
동전 던지기, 주사위 굴리기, 룰렛 등은 모두 '독립 시행'입니다. 이는 이전의 결과가 다음 시도의 확률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전이 5번 연속 앞면이 나왔다고 해서, 동전이 "아, 이제는 뒷면이 나올 차례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6번째 시도에서도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50%, 뒷면이 나올 확률도 50%로 동일합니다.
우리는 왜 이 함정에 빠질까요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무작위(랜덤) 속에서 어떤 '패턴'이나 '규칙'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평균으로 돌아간다"는 '평균 회귀의 법칙'을, 지극히 짧은 몇 번의 시도에도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죠.
5번 연속 앞면이 나오는 것을 "비정상적인 쏠림"으로 인식하고, "우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음엔 반드시 뒷면이 나와야 한다고 스스로 합리화합니다. 하지만 확률의 세계에서 '균형'은 수천, 수만 번의 시도를 통해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 단기적인 예측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주식 투자와 일상 속의 오류
이러한 착각은 단순히 게임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주식 투자: "이 주식이 5일 연속 하락했으니, 내일은 오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섣불리 매수(물타기)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물론 시장에는 '추세'나 '모멘텀'이 존재하지만, 단순히 과거의 무작위적 등락이 미래의 상승을 보장한다는 믿음은 도박사의 오류일 수 있습니다.
스포츠: "저 선수가 슛을 3번 연속 실패했으니, 다음 슛은 꼭 성공할 거야"라고 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생활: "오늘 유난히 운이 안 좋은 일만 연속됐으니, 내일은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기대하는 심리 또한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확률의 함정에서 현명하게 벗어나기
도박사의 오류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모든 독립적인 사건의 확률은 매번 리셋된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과거의 데이터 '스트릭(streak)'에 감정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각 시도의 객관적인 확률 자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번엔 나올 때가 되었다"는 감각이 아니라, "이번에도 확률은 지난번과 동일하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도박사의 오류는 우리가 무작위성을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심리입니다. 하지만 확률은 우리의 바람이나 과거의 결과에 따라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이 치명적인 착각을 명확히 인지하고 감정이 아닌 논리를 따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투자나 중요한 결정에 있어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